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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RPG 잡담 블로그



싫어하는 음식은 버섯과 가지와 토마토입니다.



Published: Thu, 19 Nov 2015 01:17:16 GMT

 



발소리

Tue, 28 Apr 2015 19:38:02 GMT

 K씨가 군생활을 한 부대는 도심에 위치한 것 치고는 귀신 나올 것 같은 장소가 꽤 있었다.
 예를 들면 K씨 소속 중대가 근무하는 처부 뒤편에는 초소가 하나 있었는데, 꽤 오래 전에 총기난사 사건이 있은 뒤로 초소를 허물고 나서 제초작업 할 때 말고는 아무도 가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또, 목 매다는 사람 그림자를 봤다는 소문이 도는 낡은 창고가 둘 있었는데 하나는 옛 PX 창고로 쓰던 건물이고 하나는 생활관 뒤편에 있는, 관리도 전혀 하지 않아 무너져 가는 작은 창고였다. K씨는 2년간의 군 생활 동안 이 창고 문이 열리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K씨가 복무하던 수송대는 본부중대, 지원중대와 함께 탄약고 경계근무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가는 길 중 하나에 무덤이 2기 있어서 꺼림직하게 여기는 병사들도 제법 있었다. 듣기로는 별 사연은 없는 지역 주민의 조상 묘인데, 부대 부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매입에 실패해서 그 무덤 주변만 사유지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명절 등에 와서 성묘를 한다고는 하는데, K씨는 역시 2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간 큰 선임병 하나가 거기 짱박혀서 낮잠을 자다가 가위 눌렸다는 얘기도 있었다.
 탄약고 경계 근무 자체는 K씨가 자대 배치 받을 무렵에야 2인 1조로 탄약고 위쪽 초소에 서서 탄약고를 내려다 보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3인 1조로 보통 가장 선임병이 초소에 위치하고, 후임병 둘이 탄약고와 그 옆에 있는 부식창고 철조망 주변을 빙빙 도는 형태였다. 선임병이 "마음씨 좋은" 사람이면 적당히 철조망 순찰을 면제해 주거나 교대를 해 주었고, 좀 군기를 잡아야겠다거나 "악마" 스타일이라면 근무시간 내내 교대도 없이 철조망 주변을 빙빙 돌아야 했다.
 S 상병은 후자였고, 그날도 추운 겨울 밤에 후임 두 명을 "돌리고" 있었다.
 탄약고와 부식창고 철조망 주변은 풀이 자라고 낙엽이 쌓인 땅이라 후임 두 명의 발소리는 부스럭대는 부드러운 소리였다. 수면시간이 항상 부족한지라 S상병은 휴가 때 몰래 가지고 온 MP3 플레이어의 이어폰을 귀에 꽂은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는데, 음악소리 너머로 누군가 탄약고에서 초소로 이어지는 시멘트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렸다. 계속 철조망을 돌라고 시켰는데 후임 찌끄레기가 겁도 없이 올라오나 싶어서 S상병은 눈을 슬쩍 뜨고 계단을 확인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후임병들은 자신이 시킨 대로 계속 철조망 주변을 돌고 있었다.
 낙엽과 풀을 밟는 소리만 부스럭대고 있었다.
 이상하게 여겨 후임병을 불러 계단으로 올라왔냐고 다그쳤지만 아니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씨발아 뒤질라고 내가 분명히 계단으로 올라오는 소리 들었는데."
 "진짜 저희 아닙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으스스한 일이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S 상병이 무서웠던 것인지 약간 겁먹은 표정의 후임병을 다시 돌려보내고 S 상병은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고 눈을 감았다. 그런데 또 시멘트 계단을 밟는 소리가 저벅저벅 들려왔다. 후임병들의 발소리와는 명백하게 달랐고, 분명 초소 쪽으로 천천히 올라오는 소리였다.
 하지만 역시 눈을 뜨고 확인하면 아무도 없다. 
 당직사관이나 사령이 몰래 순찰을 왔나 싶기도 했지만 주위를 면밀히 살펴 보아도 철조망을 도는 후임병 두 명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살짝 불안해진 S상병은 MP3 플레이어를 끄고 자세를 바로 해서 근무시간이 끝날때까지 눈을 뜨고 있기로 했다. 그러나 졸음기가 아직 가시질 않아서인지 오래지 않아 눈이 슬슬 감겨왔다. 졸면 안 되는데. 하면서도 눈을 감고 마는 것이 생리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비몽사몽간에 또 시멘트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벅, 저벅, 천천히 들리던 발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마치 S상병을 향해 뛰어오고 있기라도 한 양 급하게 계단을 뛰어오르는 소리로 바뀌고 있었다.

 탁탁탁탁탁.

 바로 앞으로 누군가 달려드는 소리에 기겁해서 눈을 번쩍 뜨자마자 발소리는 뚝 그쳤고 S 상병 앞에는 하니 아무도 없었다.
 후임병들이 풀 밟는 소리만 버스럭 버스럭 울리고 있었다.
 K씨는 나중에 S 상병과 탄약고 근무를 나가서 이 이야기를 듣고서 탄약고 앞쪽 아파트 단지에서 행인이 아스팔트 위를 걷는 소리가 초소 앞 바위에 반사된 것일 거라고 얘기했지만 "아니라고 병신아." 소리만 들었다.



빈집털이

Sun, 01 Feb 2015 14:53:00 GMT

 사람들이 대부분 어딘가로 떠나버린 황량한 주택 단지에서 나는 빈 집을 뒤져 물자를 보충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번에 들어간 집은 물건이 엄청나게 많아서 속으로 대박을 외치며 물건을 챙기는데, 틀어져 있는 TV에서는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고 여기저기 어질러진 방 안은 명백하게 생활감이 있어서 사실 "빈 집"은 아니었으리라.

 돌연 초인종이 울려서 주인이 돌아온 줄 알고 잔뜩 긴장한 내 앞에 나타난 것은 쬐끄만 꼬맹이로, 이 집은 일종의 "가게"인 모양이었는지 꼬맹이는 나에게 집 안에 있던 사탕인지 껌인지의 가격을 묻더니 돌아간다.

 물건도 챙겼고 어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무심코 뉴스가 나오고 있던 TV를 끄는데, 분명 TV는 꺼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서 계속 뉴스 소리가 들려온다. 당황한 나는 소리의 출처를 찾아보지만 발견되지 않고 소리는 계속 들려온다.

그리고 꿈에서 깨니 아버지가 TV로 뉴스를 보고 계셨다.



꿈에서 배트맨 됨

Sun, 30 Nov 2014 11:52:04 GMT

 꾼 지는 좀 되었는데 꿈 기록 업데이트 겸 해서.

 꿈에서 배트맨이되어서 배트맨스러운 음침한 독백(내용은 기억 안남)을 하고 있는데 로빈한테서 구조요청이 들어왔다. 구하러 가는 길에 잠이 반쯤 깨서 이게 꿈이라는 걸 자각하고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됨. 여기서 깨면 로빈을 못 구하게 된다. 그러면 죽이는 거나 다름 없는데 아무리 꿈이라지만 배트맨이 로빈을 버려도 되는 건가? 여기서 잠을 깨지 말고 계속 자서 로빈을 구한 다음에 일어나면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더 자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잠은 깨 버리고 로빈은 구하지 못했다. 로빈을 레드후드가 되게 하고 말았어 엉엉엉 하는 애통한 기분만이 남았다.

 배트맨이 되었는데 왜 로빈을 구하지 못하니!



돌아가며 병원 신세

Tue, 21 Oct 2014 04:51:23 GMT

작년 가을 쯤에 어머니가 담석으로 병원 입원
올해 봄에 내가 요로결석으로 응급실 신세
어제 저녁에 아버지가 돌연 복통으로 응급실행, 십이지장에 구멍이 났다고 새벽에 응급수술.

무슨 마가 꼈나...악몽같은 새벽이었다.



닉네임 고민도 귀찮다

Tue, 30 Sep 2014 08:33:08 GMT

실명성(?)의 한계를 느껴서 잠깐 외도를 해 봤는데 닉네임이 별로 재미도 없고 블로그질도 잘 안 해서 체감효용도 낮으니 도로 이름 쓰기로. 닉네임을 쓰려면 계정을 새로 팝시다.



나생문

Wed, 30 Jul 2014 00:11:21 GMT

나생문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어느 날 저녁이었다. 관노 하나가 나생문 아래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널따란 문 아래에는 이 사내 말고 아무도 없다. 다만 붉은 칠이 살짝 벗겨진 커다란 원형 기둥에 여치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나생문이 주작대로에 위치한 만큼, 비를 피하는 삿갓 쓴 아낙이나 두건 쓴 사내 두세 명은 더 있을 법 한데도 이 사내 말고는 아무도 없다.  어째서냐 하면 요 2, 3년 교토에는 지진이라든지 돌풍, 화재, 기근 같은 재앙이 연달아 일어났다. 그 까닭에 도성 안은 어지간히 쇠락한 게 아니다. 옛 기록에 의하면 불상이나 법구를 박살내어 붉은 칠이나 금은이 입혀진 그 나무를 길가에 쌓아놓고 땔감으로 팔았다고 한다. 도성이 그 지경이니 나생문 수리 따위 애초에 말할 것도 없다. 그러면 그 황량함을 틈타 여우니 너구리가 꼬이고 도둑이 꼬인다. 마침내는 돌볼 사람 없는 시체를 이곳까지 지고 와서 버리고 가는 관습마저 생겼다. 그리하여 해가 저물면 모두들 꺼림칙하게 여겨 나생문 근처에는 발걸음을 끊게 된 것이다.  그 대신 또 까마귀가 어디선가 잔뜩 모여들었다. 낮에 보면 그 까마귀가 몇 마리고 할 것 없이 울면서 높이 용마루 주위를 맴돌고 있다. 특히 문 위쪽 하늘이 석양으로 붉게 물들 때에는 그 모습이 마치 깨를 뿌린 양 선명하게 보였다. 까마귀는 물론 문 위에 있는 시체의 살점을 쪼러 오는 것이다. 다만 오늘은 시간이 늦은 탓인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살짝 무너져가는 그 틈에 풀이 웃자란 돌계단 위에 까마귀 똥이 점점이 달라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관노는 물 빠진 감색 조복(朝服)을 입고 일곱 단 있는 돌계단의 제일 위에 엉덩이를 걸친 채 오른쪽 뺨에 난 커다란 여드름을 만지작거리며 멀거니 비가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자는 좀 전에 "관노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적었다. 하지만 관노는 비가 그쳐도 별로 어찌 하려는 기색이 없다. 평소 같으면 물론 상전댁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상전에게 4, 5일 전에 해고되었다. 앞에도 적었듯이 당시 교토 거리는 어지간히도 쇠락한 상태였다. 지금 이 관노가 오랜 세월 모시던 상전에게 해고된 것도 다름이 아니라 이 쇠락함의 한 여파이다. 그러니 "관노가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기보다도 "비에 갇힌 관노가 갈 곳 없이 멍하니 있었다."는 것이 적당하겠다. 그런 까닭에 이 헤이안 시대 관노의 Sentimentalisme에 오늘 날씨는 적잖이 영향을 끼쳤다. 신(申)시를 지나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직도 그칠 기색이 없다. 그리하여 관노는 만사 제쳐놓고 우선 내일 입에 풀칠이라도 해 보고자, 말하자면 달리 방도가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해 보려고, 어지러운 생각을 더듬으면서 아까부터 주작대로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느니 마느니 하고 있던 것이다.  비는 나생문을 둘러싸고 멀리서 쏴아 하는 소리를 모아 온다. 어스름이 점차 낮게 깔려 위를 올려다보면 문의 지붕이 비스듬히 내민 추녀 끝에 어두침침하니 묵직한 구름을 이고 있다.  달리 방도가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하려면 수단을 고를 짬이 없다. 수단을 고르고 있으면 담벼락 아래나 길가의 흙바닥 위에서 굶어죽을 뿐이다. 그리고 이 문 위로 옮겨져서 개처럼 내팽개쳐질 뿐이다.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면....... 관노의 생각은 [...]



30살 넘으니

Mon, 30 Jun 2014 13:46:56 GMT

알바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병 나은 얘기

Tue, 10 Jun 2014 04:03:03 GMT

링크 : 아픈 얘기

 3주 전에 위와 같은 일이 있었기로 그간 병원을 다닌 끝에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하여 기쁜 마음에 이리 적어 둡니다. 아직 조금 따끔따끔하기는 합니다마는.



보랏빛 퀄리아: 코펜하겐 해석의 코펜하겐은 사람이 아닙니다

Sun, 01 Jun 2014 14:00:20 GMT

(image)


 주인공인 마나부(애칭 가쿠 짱)가 유카리라는 여자아이를 죽음에서 구하려고 몸부림치는 이야기. 그 몸부림이 또 대단한 스케일인데 이것을 양자역학 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코펜하겐 해석, (SF에서 항상 인기 있는)평행세계 이론을 들어 가며 작가의 이해 범주 안에서 최대한 착실하게 설명하고 있는 것이 미덕이라 하겠다. "나는 자못 빛처럼 행동을 개시했다."는 문장이 백미. 그런데...

(image)

 아쉬운 점이라면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이 사람이 되어버렸다는 점. 이게 오역인지 작가도 몰랐던 것인지 중학생의 몰이해를 나타내기 위한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위키백과의 코펜하겐 해석을 참조합시다.

 소재도 소재거니와 다루는 방식도 다른 라이트노벨에 비하면 정통적인데다가 양자역학과의 관련성도 그렇고, 주인공의 능력이 결국 구하려는 대상에게서 기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렉 이건의 『쿼런틴』이 떠오르는 면이 좀 있다. 하지만 캐릭터 외모 묘사("작은 동물 같다.") 등에서 나오는 분위기는 라이트 노벨에서 많이 보던 것이라, 그런 면에서는 오히려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과 닮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간만에 보는 일본산 SF니까 한 번쯤 읽어봐도 좋겠습니다. 백합이 좋다면 더 추천. 평행세계에서는 바람도 피우지만 결과적으로 유카리 일편단심인 가쿠 짱!

덤:
(image)



아픈 얘기

Thu, 22 May 2014 01:54:37 GMT

 간밤에 심하게 아파서 응급실엘 다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발단은 며칠 전에 허리가 아파서 새벽에 잠이 깼을 때. 그 때는 운동을 해서 생긴 근육통이겠거니 하고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인가 저녁에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다가 얼마 전에 한 친구 아버지가 신장결석으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돌아오셨다는 얘기를 들었다. 친구 말에 따르면 침대에 누워서 "으어어, 으어어." 소리 밖에 못 낼정도로 아프셨다고 한다. 이야기적으로 생각하면 이것이 앞으로의 일을 암시하는 복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하루이틀 지나 어제 낮 즈음.
 의자에 앉아있는데 돌연 오른쪽 허리가 뜨끔 하더니 연이어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기 시작했다. 어리석게도 나는 이때까지 이게 잘못된 자세 때문에 근육이 놀랐거나 담이라도 결린 것인 줄 알았다. 아무튼 허리에 베개를 대고 잠시 누워있었더니 곧 낫길래 스스로의 처치에 만족하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새벽 두시 반 경.
 자려고 누웠는데 또다시 오른쪽 허리가 뜨끔 하더니 이어 오른쪽 아랫배가, 당기는 게 아니라 미친 듯이 아프기 시작했다. 낮에도 잠깐 이랬었는데 또 허리에 베개 대고 누워 있으면 낫겠지 하고 실행에 옮겼다.
 10분 경과.
 차도가 없다.
 30분 경과.
 통증이 점점 심해진다.
 그제서야 이게 근육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또 어리석게도 저녁에 뭘 잘못 먹었나 하면서 배를 깔고 엎드려 보았다.

 그렇게 새벽 3시 20분.
 순전히 통증때문에 의지와 상관 없이 손발이 덜덜덜 떨리고 진땀이 났다. 이 때쯤에는 이게 말로만 듣던 충수염인가, 아무래도 병원엘 가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증상을 검색해 보려고 PC를 켰는데 너무 아파서 키보드 앞에 앉지도 못했다. 겨우 겨우 아버지를 깨워 병원에 가야겠다고 말하는 데 성공했다. 목소리를 쥐어짜지 않으려고 대량의 의지력을 소비했다.

 아버지는 새벽 택시를 하시기 때문에 차고지에서 차를 가져와 나를 태우고 가까운 병원으로 실어다 줄 생각이었다. 나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다. 그런데 통증이란 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으어어, 으어어." 소리 밖에 못 낼정도로 아픈 건 좀 덜 아픈 거였다. 진짜 아프면 누울 수가 없다. 진짜 아프면 소리가 나오지 않고 숨만 들락날락한다. 도저히 아버지가 담배 한대 피운 다음 씻고 나서 차고지까지 걸어가 택시를 가져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난생 처음 구급차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애가 죽을라고 그러는데 담배나 피우고 있냐."는 어머니의 일갈도 한몫 했다. 구급차에 오르기 직전에 아버지가 구급차에 타서 같이 가느냐 아니면 차고지로 가서 택시를 가지고 따로 병원으로 오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20초 정도 옥신각신 했는데 세상에 그렇게 긴 시간이 없었다.

 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는데 문진에 간신히 대답하고 나니 일단 진통제를 주어서 맞았다. 10분 쯤 지나니까 눕지도 못하고 소리도 안 나오던 통증이 누워서 "으어어, 으어어." 소리 밖에 못 낼정도의 통증으로 가라앉았다. 15분 쯤 지나니까 인간의 말을 되찾았다. 그리고 저녁에 먹었던 김치 칼국수를 토했다.......

 촉진, 혈액검사, 소변검사, X-ray, CT를 거쳐 요로결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응급실 선생님 왈 결석 파쇄는 응급의료가 아니라서 아산병원에서 파쇄술을 받으려면 외래를 예약하고 일주일정도 기다려야 한단다. 물론 그럴 여유가 있을리 있나. 응급실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24시간 결석파쇄 진료를 하는 다른 병원을 소개시켜 주고 구급차까지 불러서 데려다 달라고 했다.

 그런데 와 씨발.
구급차 타고 달려서 소개받은 병원(천호동 소재)에 도착하니까 결석 파쇄하는 장비가 접촉불량 나서 쓸 수가 없대! 게다가 좀 전부터 진통제 효과가 다해서 다시 무지막지하게 아프기 시작. 와 진짜. 씨발. 그냥 좆같았다. 마음속으로 온갖 욕을 다 하고 같은 병원의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원장의 제안에는 인간의 말로 대답했다. "뭐 그렇게 해야죠."

 그래서 진통제를 한방 더 맞고 양재에 있는 병원 지점으로 이동. 조영제를 쓴 X-ray 촬영 결과 7mm짜리 칼슘석(온갖 결석 중에 제일 단단하다는!)이 방광 입구를 막은 결과 오른쪽 신장 배뇨관이 왼쪽 신장의 수십배로 부풀어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조치를 거쳐 결과적으로 최대파워로 파쇄술을 받았는데, 난 파쇄라는 게 무슨 레이저 발사기같이 생긴걸로 퓩 쏘고 마는 줄 알았지. 그런데 그게 아니라 그야말로 딱 좆같이 생긴 물체를 환부에 대고 결석이 깨질 때까지 수십 수 백 방 물리적 타격을 가하는 거였다.

 그 지랄을 하고 간신히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10차선 중 1차선을 뚫게 되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면 간신히 오줌 줄기가 통하게는 되었는데 결석이 배출될만한 크기로는 깨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것이라. 그런데 이미 나는 손상 허용 한계까지 파쇄술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은 더 깰 수가 없다고. 물 하루에 3리터씩 마시고 항생제를 겁나 처먹어서 결석이 줄어들고 상처가 나은 다음에 치료를 마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결석이 줄어들어서 방광으로 진입하는 순간 칼로 푹푹 쑤시는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게다가 이번에 진료받은 오른쪽 말고 왼쪽 요로에는 작은 결석 두 개가 더 있는데 이거 1년 지나면 오늘 같은 상황을 유발할 크기로 자랄 가능성도 있다고.

 이 칼슘석은 한두 달 가지고는 안 생기고 적어도 2년짜리인데 술도 전혀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피우고 살도 안 찐 사람이 왜 이런 게 생겼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말까지 듣고서 인사를 하고 진료비를 치르고 나오니 아침 8시 43분. 응급실 비용 20만 2460원까지 합하면 거진 45만원이 하룻밤에 날아갔다.

 이것이 오늘 새벽 일어난 일이다.
 물을 마시고 운동을 해야 한다.